일탈, 가을 깊숙한 곳에서
요 며칠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분다. 까칠한 삭풍처럼 느껴지는 찬 기운에 낙엽처럼 오그라들며 바삭거리는 몸. 첫사랑에 가슴앓이하다 가뭇해진 가슴들이 가을 시로 읽히는 풍경들, 내가 걸어왔던 낯익은 길. 처음 만나는 것들도 아닌데, 처음처럼 신선하고 맑다. 넓은 길, 좁은 길, 꼬부랑 길, 오름 길, 모퉁이 길. 삶을 닮은 길들이 정겹다. 황혼기에 든 풍경들이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제 몸에 붙은 식솔들을 물들이느라 까맣게 타는 염원 짙은 나목을 바라보며 태어나 한 번쯤은 화려해 보고 싶은 마음의 계절에 덩달아 벙그는 가슴으로 길을 걷는다. 언덕을 오르는 곳에서는 주먹만 한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울림이 온몸으로 퍼지고, 열꽃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릴 때 나무 한 그루처럼 서서 땀을 닦으며 걸어온 길을..
나의 뜰/이야기
2008. 10. 31.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