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바람 부는 여름날)
내가 산에 못 올라 간지가 무척이나 오래되었지요.
그래도 아직 나는 산 사람인 것이 확실한가 봅니다.
잠시 일손을 놓고 있으면 무럭무럭 커지는 생각들...
관절이 몸살 하도록 걷고 싶다거나,
온몸을 휘감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거나,
내 마음속에 배어 있는 낯익은 산우의 웃음이 들리네요.
밥상머리에 앉아서,
텃밭에서 거두어들인 채소로 뚝딱 밥상을 차려 내는 엄마의 오래된 밥상이 그리운 것처럼....
(지리산 노고단 정상 새벽)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말이 때로는 간사하게 들리지만
나이 들수록 은근하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밥때가 되면 배가 고프듯이 산에 가던 목요일이나 일요일이 되면 괜히 허기가 지네요.
목요일, 일요일, 너무 오랫동안 산이 몸에 배어 있었나 봐요.
지금쯤이면 산 목련과 쪽동백 꽃은 다 졌겠지요?
풀숲 사이로 민들레 홀씨가 폴폴 날고 있기도,
개회나무와 흔한 병꽃은 피었으려나....
(안면도 꽃 박람장 옆 바닷가 풍경)
며칠 중환자실에서 병간호할 때는 입술이 마르고 까무러치도록 속상하고
가슴이 아리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한숨 돌리고 나니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순간 다가와 사람의 마음을 흥분하게 하고 한 편 자제력을 훈련시키는 것 같아요.
마음이 어떠하든 닥친 상황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니.
사람이 가는 길은 양지와 음지가 법칙처럼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젠 웃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고 마음 편하게요.
목요일 산우들 산행 모습도 열어보고 이렇게 글도 씁니다. 님들이 걷는 풍경을 바라보며 ...
(안면도 꽃박람장)
나뭇잎 흔들며 바람이 머무는 그늘이 좋은데.
와르르 핀 꽃들을 맨손으로 만지는 감촉도,
숲 속에서 햇발 국수 같은 빛을 쳐다보며
보자기 깔고 먹던 점심이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덕유산 곤돌라 타는 옆 꽃밭)
날갯죽지 떨어진 제비처럼 산 밑에서 어정거리던 시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고요.
이렇게 색깔 없는 말들을 주절거리며 내 안부를 알립니다.
산우의 단체 사진을 보며 누가 누가 나왔구나~~
청량산 단체 사진을 보며, 임원 중 누가 결석했나 살피기도..... 호호
오래 같이 섞이다 보면 덤덤해지기도 무심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끈끈한 정이 산맥을 넘는 산우들이 보고 싶어 진답니다.
주말에는 비 소식이 있네요. 건강하시고 평안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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