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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세째 목요일

나의 뜰/이야기

by 김낙향 2010. 7. 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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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촉한 숲길을 등산화 콧등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걸었지요.

 

후드득 떨어지는 나무 위 물방울들이 비옷 위로 흘러 바지를 적셔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덥지근한 더위가 등을 적셔도 걷는 것이 좋아서 선뜻 나서는 산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러다 꽁무니에서 슬쩍 옆 길로 빠졌습니다.

 

 

청명한 햇살이 비집고 오는 숲도 좋으나 

 

  안개 살짝 드리운 몽환의 숲이 가슴에 또 다른 느낌으로 잦아들지 않던가요.

 

사춘기 때 설레던 마음 같은 것이 종종 자연 속에서 가슴을 출렁이게 하는 것을 저는 느낀답니다.

 

이것을 산의 매력이라고 하렵니다.

 

 

 

어둑한 소나무 사이를 지나고, 문드러진 나무다리를 피하여 물길을 건너고

 

또 찰찰 거리며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곤 합니다.

 

 맑은 물이 넘치는 돌을 징검징검 밟고 건너는 것도 재미있고요...... ^^

 

 

(산꼬리풀꽃)

 

 

특별한 야생화는 없어도 고추잠자리가 모여 맴을 돌고 있더군요.

 

어쩌다가 반상회를 하는 것처럼 둘레둘레 앉아 있는 풍경이 볼만했답니다.

 

 

 

고추잠자리, 검은 잠자리....

 

손으로 잡아다가 좋은 구도에 앉혀보기도 (순하니 말도 잘 들어요.)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겠지만, 여백이 채워지기 전까지

 

자작자작 쌀밥 뜸 들이는 긴장 같은 순간도 경험한답니다. 

 

 

 

시간

 

                                    유자효

 

 

모래처럼 많아서

 

때로는 성을 이루고

 

 

모래처럼 부드러워서

 

손에서 빠져나간다.

 

 

깡그리 태워야 한다

 

잿더미가 되도록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가고 있습니까? <홍성란 시인의 말 > 한 토막.

 

 

 

 

 

산딸나무 열매입니다. 층층나무과로 딸기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같아요.

 

 

 

이렇게 우리 곁을 지나가는 시간을 아낌없이 재로 태워버린 하루 후회 없습니다.  

 

 

 

 

(2009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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