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새벽
김낙향
이른 아침
자욱히 피어 있는 안개 속
그 안에
무늬 진 섬세한 풍경들이
내가 알지 못하는
엄격하고 정교한 계율을
부드러운 기운이 감도는 아늑함으로
그들만의 의식을 행하는
막연한 전경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는 그곳에서
마술처럼 젖어들 때
고요하고 엄숙하게 숙였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막 눈 뜨려는 빛을 향해
젖은 말들이
푸른 날개들이
허리를 펴는 소리 간간이 들리네요.
의식이 끝났다고
물새가 기침하네요
문을 여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네요
푸른 잎을 적시듯 내 몸을 감싸며
안개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나가네요
품었던 자연을
그곳에 그냥 놓아둔 체
(남한강 이른 아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