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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 성영희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0. 11. 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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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성영희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바다로 가요                                                          

물위를 걷던 노을

반짝이며 다가와 뺨을 훔치던,

숨어사는 것들이 빚어놓은 무수한 그림말을 비껴 걸으며

우리가 써 놓은 발자국 시를 찾으러 가요

누군가 별을 빌려

밤하늘에 걸어 놓았을지도 모르잖아요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산으로 가요

싸리꽃 향기 따라 길을 잃었던 숲속,

느닷없는 소나기에 피해든 둥치에서

젖은 머리 털어주다 터진

폭죽 같은 웃음소리를 찾으러 가요

 

가을 깊어

모든 붉은 것들이 물기를 빨아 먹으면

그리하여 그대도 나도 습기를 잃고

낙엽처럼 말라 버리면

우리, 푸른 기억들 일깨워

이슬로라도 내려야 하잖아요

한 나절 뿐인 消印으로도 평생 반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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