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김낙향
흔들리고 싶다
나뭇잎처럼 바람에 몸 얹어놓고
멀리 외출하고 싶다
집이 있다는 것 잊고 헤매다가
조촐한 둥지에서
저녁노을 붉은 사연에 그렁그렁 눈물 고였으면
허공을 두드리는 휘어진 풀줄기 위로
새 두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 걸린 내 가슴을 쪼아 먹으면
기적소리도 말라버린
레일 위 낮볕처럼 따끔거리다
새의 가슴으로 볼록하게 차오르는
내 몫의 무게들이 날개를 퍼덕 거렸으면
우두커니에서 외출하고 싶다
나뭇잎처럼 흔들 흔들
집이 있다는 것 잊고 헤매다가
내게서 떠난
노곤함에 빚어진 빛바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