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방 / 문정희
허허 벌판에 누워
깨끗한 남자를 기다린다
불꽃이 울면서 짐승같이
젖무덤 속으로 기어든다
나무들은 간지러워
푸른 소리를 지르고
드디어 그 남자가
길을 무찔러오는 소리
부끄러운 머리채를 이끌며
내가 어둠과 함께 도망친다
바람 지나가면
날개가 크게 걸리는
거미줄을 타고
얼굴 모르는 산과 만난다
뱀과 미친 깃털이
낄낄거리며 흩어진다
모든 것을 용납하는
그 야수의 무덤 속으로
나는 바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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