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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방 / 문정희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3. 6.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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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방 / 문정희

 

 

허허 벌판에 누워

깨끗한 남자를 기다린다

 

불꽃이 울면서 짐승같이

젖무덤 속으로 기어든다

 

나무들은 간지러워

푸른 소리를 지르고

 

드디어 그 남자가

길을 무찔러오는 소리

 

부끄러운 머리채를 이끌며

내가 어둠과 함께 도망친다

 

바람 지나가면

날개가 크게 걸리는

거미줄을 타고

얼굴 모르는 산과 만난다

 

뱀과 미친 깃털이

낄낄거리며 흩어진다

모든 것을 용납하는

그 야수의 무덤 속으로

나는 바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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