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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 김기택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4. 1. 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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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굳게 닫힌 문

열리기 전까지 벽이 되어 있는 문

빛과 빛을 자르고 있는 문

안과 밖을 나누고 있는 문

너와 나를 차단하고 있는 문에서

 

똑똑똑

손가락이 설레는 소리

체온과 들숨 날숨과 심장박동이 팔과 손가락을 지나

한 점으로 모였다가

살과 뼈와 피를 퍼뜨리며 날아가는 소리

문 옆까지 줄지어 모인 내 발자국을 다 퍼내는 소리

말이 아니면서 이미 말인 소리가

 

똑똑똑

문 안과 문 밖의 공기를 뒤섞고 있다

문 안과 문 밖을 이어주고 있다

방과 복도를 이어주고 있다

문 안의 귀와 문 밖의 귀를 이어주고 있다

문 안의 심장과 문 밖의 심장을 이어주고 있다

 

똑똑똑

긴 복도가 방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너를 향해 걸어온 내 모든 발자국들이 밀려 들어간다

방이 통째로 복도로 밀려 나온다

네 심장과 허파가 함께 밀려 나온다

 

밀려 들어가는 복도의 힘에 떠밀려

밀려 나오는 방의 힘에 이끌려

 

문이 열리려 한다

네 눈과 내 눈이 바로 맞붙으려 한다

네 입이 내 귀로 내 귀가 네 입으로 들고나려 하고

네 심장과 내 심장이 함께 붙어 뛰려 하고

네 체온과 내 체온이 맞잡으려 한다

 

 

 

* 2012 문학과 사회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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