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정월 대보름에는 일가친척, 때로는 이웃과 안방이나 사랑방에 모여 앉아 묵 내기 윷놀이를 했다
띄엄띄엄 살던 몸이 바짝 붙어 앉아 비비대던 어깨와 무릎, 엉덩이가 방귀를 뿡뿡 뀌어도 깔깔거리면서
내가 사는 아파트, 벽과 벽을 경계로 한 틈은 거리가 될 수 없어 그냥 사이라고 해야 하나. 한 뼘이나 두 뼘의 벽 사이에 사는 사람들이 내면과 개성이 충돌하는 것은 시멘트 벽이 생을 경작(耕作)하지 않아서고, 옛날의 다수(多數)가 현재 단수(單數)로 바뀌면서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마음과 생각을 경험하지 못해서라고 해야 하나. 서로 몸 붙이고 잠자고 밥을 먹으며 아름다운 바이러스나 달콤한 오염이 구분되지 않아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체험하지 못하고 소화하지 못해서라고.
아니,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다 바라볼 수가 없어서
멀리서 보면 나무 전체가 보이듯이 어깨동무할 수 있는 간격은 새도 바람도 꽃도 하늘도 배경이 되어준다
素然 김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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