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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나무의 문 / 김후인)

마중물/문학 당선 시

by 김낙향 2011. 1. 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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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시 당선

 

 나무의 문 / 후인

  

몇 층의 구름이 바람을 몰고 간다

그 몇 층 사이 긴 장마와

연기가 접혀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층 사이에 머무르는 種들이 많다

發芽라는 말 옆에 온갖 씨앗을 묻어 둔다

여름, 후드득 소리 나는 것들을 씨앗이라고 말해본다

 

나는 조용히 입 열고

씨앗을 뱉어낸 최초의 울음이었다

 

오래된 떡갈나무 창고 옆에

나뭇가지 같은 방 하나 들였다

나무에 걸린 바람을 들여놓고 싶었다

지붕이 비었을 때엔 빗소리가 크다

빈 아궁이에 솔가지 불을 밀어 넣으면

물이 날아올랐다

물기를 머금고 사는 것들이

방안을 채울 줄 알았다

아궁이 옆에서 뜨거운 울음의 족보를 본다

 

실어 온 씨앗으로 바람은 키 작은 뽕나무를 키웠다

초여름, 초록이 타고 푸른 연기가 날아오르고

까만 오디가 달렸다

 

문을 세웠더니 바깥이 들어와

빈 방이 되었다

바람의 어느 층이 키운 나무들은 흰 연기를 품고 있다

어제는 나무의 안쪽이 자라고 오늘

나무의 바깥이 자랐다

 

나무는 어디가 문일까

 

문을 열어 놓은 나무들 마다

초록의 연기가

다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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