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나무의 문 / 김후인
몇 층의 구름이 바람을 몰고 간다
그 몇 층 사이 긴 장마와
연기가 접혀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층 사이에 머무르는 種들이 많다
發芽라는 말 옆에 온갖 씨앗을 묻어 둔다
여름, 후드득 소리 나는 것들을 씨앗이라고 말해본다
나는 조용히 입 열고
씨앗을 뱉어낸 최초의 울음이었다
오래된 떡갈나무 창고 옆에
나뭇가지 같은 방 하나 들였다
나무에 걸린 바람을 들여놓고 싶었다
지붕이 비었을 때엔 빗소리가 크다
빈 아궁이에 솔가지 불을 밀어 넣으면
물이 날아올랐다
물기를 머금고 사는 것들이
방안을 채울 줄 알았다
아궁이 옆에서 뜨거운 울음의 족보를 본다
실어 온 씨앗으로 바람은 키 작은 뽕나무를 키웠다
초여름, 초록이 타고 푸른 연기가 날아오르고
까만 오디가 달렸다
문을 세웠더니 바깥이 들어와
빈 방이 되었다
바람의 어느 층이 키운 나무들은 흰 연기를 품고 있다
어제는 나무의 안쪽이 자라고 오늘
나무의 바깥이 자랐다
나무는 어디가 문일까
문을 열어 놓은 나무들 마다
초록의 연기가
다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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