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 외 2편
나영채
떡갈나무가 풀어놓은 그늘이 넉넉하다
거기쯤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잡는 돌탑
구석기 냄새가 난다
그 위에 아람찬 소원을 올려놓는 풍경
그 고요한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해묵은 습관들
또 하나의 생명체가 자란다
돌 하나에 또 다른 돌을 고인 낯익은 모습들
깊은 산중에서 만나는 따뜻한 풍경이다
새새틈틈 자라는 비장한 소원에 하늘빛이 닿는 산길
바람결에 선선해진 이마에 번뜩이는 내 그림자 같은 소원 하나
소소한 산길에 올려놓고 내려온다
돌틈에 자라는 이끼처럼 머지않아 사라질 것들을
솟대가 있는 풍경
더 이상 비상을 꿈꾸지 않는다
꽃잎이 화폭을 그리는 산마루에서 목소리를 잃은 나무새
능수벚꽃이 출렁이는 봄이 지날 때마다 감쳐문 입술에 햇귀가 닿는다
외진 산길에서 만난 오리떼,그 곁으로 감돌아지는 메아리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슬픈 넋을 지닌 나무새의 단아한 모습은 우뚝 솟은 막대기 하나로
하늘과 교신하고 있다
뭇사람들의 소원이 아슴하게 서려있다
나무새를 다듬던 장인의 손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도 잘라내지 못하는 길
호젓이 들어서 나무새의 머리 위로 간절함을 끌어올렸다
산자락에 꼬리로 붙은 마을길은 봄바람이 가득하다
포스트 잇
책상머리가 지저분하다
오래된 미래를 이어주는 메모지
그 시간의 감별을 적어둔 종이에 부드러운 점액이 말라간다
그새 창 밖에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
꽃이 지면 생강냄새가 나는 저 이파리처럼
그녀는 한 장씩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짧은 편지를 부친다
수신자는 자신이다
눈길 닿는 대로 붙여놓고 읽는다
어느 것은 기쁨의 꼬리를 달고 어느 것은 눈물이 뒤섞인다
세상과 이어주는 통로가 되어 여기저기 매달려 허룩한 시간을 메운다
무지갯빛 알록달록한 세상
그녀는 정해진 길을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정표되어 스스로 길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를 둘러싼 봄바람이 등에 붙는다
생강나무 우듬지에 봄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나영채 시인
경기 김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도봉시벗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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