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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밭 퇴고하기> 외 여러 작품 / 김만년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4. 8. 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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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밭 퇴고하기  / 김만년

 

 

세 평 밭에 쪼그리고 앉아 열무를 솎는다

빽빽하게 돋아난 과욕의 흔적들

뿌리를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웃자란 자모들을 솎아내고

행간을 팽팽이 당겨 띄어쓰기를 한다

자칫 문맥을 놓칠까

이랑을 그어 행갈이를 다시 하고

북을 돋아 음절간의 경계를 뚜렷이 한다

차근이 드러난 자리에

바람과 햇빛을 살짝 끌어다 앉힌다

멀찌감치 서서

고친 문장들을 찬찬히 읽어 본다

한층 널찍해진 어근

그제서야

파릇한 문장들이 양모음으로 찰랑거린다

오늘 내가 퇴고한 것은 열무밭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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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金 滿 年


바람 부는 날이거나
삶이 울적한 날에는
간이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라

고운 햇살 무릎에 앉히고
명아주 푸른 들길 따라
달캉 달캉 가다보면
더러는 왔던 길도 보이고
가야할 길도 명료해 지는 거다

답답한 가슴 시리도록 열어 놓고
어느 간이역 벤치에 앉아서
한 번쯤은 그렇게
나를 만나고 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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