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연묵淵默 / 김종제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7. 7. 2. 23:33

본문

연묵淵默 / 김종제



공작산 수타 연못이

이제 막 열었다

물 아래 있는 것들이

찬바람에 문 닫아 걸고

동안거에 들었다

우루루 물가에 몰려들어

깃발 흔들며 시위하던

나무도 꽃도 새도

몸 가볍게 적멸에 들었다

스스로 폐閉하겠다고

물속으로 첨벙 뛰들더니

겨울이 왔고 얼음이었다

물속에 있는 것들은 또

물 밑의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타닥 타닥 천둥 벼락으로

열반에 들고 있었다

목에 걸었던 묵언의 폐를

못에 던졌다

풍덩 가라앉은 아비가

치매에 걸린 새처럼

소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물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탁 두들기는 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뼈뿐이다

'마중물 > 시인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성 E2015 | 이진우 시인  (0) 2017.07.03
병산서원에서 보내는 늦은 전언 / 서안나  (0) 2017.07.03
무화과를 먹는 저녁 / 이성목  (0) 2015.11.03
墨畵 / 김종삼  (0) 2015.10.03
處暑 지나고 / 김춘수  (0) 2015.10.0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