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묵淵默 / 김종제
공작산 수타 연못이
이제 막 열었다
물 아래 있는 것들이
찬바람에 문 닫아 걸고
동안거에 들었다
우루루 물가에 몰려들어
깃발 흔들며 시위하던
나무도 꽃도 새도
몸 가볍게 적멸에 들었다
스스로 폐閉하겠다고
물속으로 첨벙 뛰들더니
겨울이 왔고 얼음이었다
물속에 있는 것들은 또
물 밑의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타닥 타닥 천둥 벼락으로
열반에 들고 있었다
목에 걸었던 묵언의 폐를
못에 던졌다
풍덩 가라앉은 아비가
치매에 걸린 새처럼
소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물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탁 두들기는 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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