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다는 것은
어머니 무릎이 숭숭 뚫렸다고
귀가 먹었다고
앞마당까지 진 치고 있는 풀, 추석 때쯤이면
툇마루까지 쳐들어오겠다
가벼운 삶을 소원할 때마다
구십 년 서까래가 떠받치고 있는 집이
다 받아낸 줄 몰랐다
가벼워지는 것은 삶에 푹 젖는 것
한기가 들 때까지
허망하도록 고열을 쏟아내는 것이다
가슴이 적막하다고
바람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마당을 침범한 잔디를 묵인한 어머니
무단으로 들어와 사는 나무를 베야겠다며
개밥을 들고 나오는 등을 꼭 껴안았다
여기저기 기울어진 기둥에서 숭숭 바람이 나온다
가벼워지는 것은 무너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요와 잡초가 하나 되어 어머니를 덮치고 있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