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밥을 먹어도
밥상 앞에서
김치 같은 시제를 찾다가
불어터진 시 나부랭이 한 줄기
뜯어 먹으면 좋겠다
아니, 뜯어 먹혀 번지는 기쁨이면 좋겠다
가을 화색을 보고
누렁이도 멍멍 운을 띄우니
아랫집 검둥이 화답하는 소리 요란하고
같은 시어를 낭독하고 거듭 복습하는 수탉
감 나뭇잎 수직으로 낙엽 시를 쓰는
이 가을, 나는
뭘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
눈물이 나게 매운 시를 쓴 고추를 뒤적이거나
누렇게 영근 나락의 문장을 읽거나
들깨가 쓴 고소한 시향을 맛본 날은 더구나
-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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