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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방 / 유진목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8. 7. 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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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방 / 유진목




화분을 키우고 소리 내어 점을 친다 그리하여 당신이 모르는 일을 알게 된다 죽지 않는 법을 익히고 항상 그래왔다 믿는다 맨 처음 식물이 죽던 날 이유를 몰랐다 왜 죽었을까 나 때문일까 죽어가는 식물에게 물을 주고 남은 목을 축이는 일 모자란 햇빛이 그늘을 넓히는 일 밤에는 화분을 옮기고 커튼을 친다 누군가 구둣발로 오줌을 누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오줌 줄기 어떤 노래를 들으면 지린 내가 나는 일 귀를 막고 숨을 참는 일 죽는다 안 죽은다 산다 못 산다 병든 잎을 떼어내면서 낮에는 화분을 들고 산책을 한다 맑고 따뜻한 날씨의 감정을 간직하려고 보드라운 구름의 생각을 따르면서 그러다 보면 그늘에서 쉬어가는 일도 그중에 좋아하는 그늘이 생기는 일도 조금더 자라면 분갈이를 해줄께 봐둔게 있어 그리고 나도 집을 옮기게 되겠지 발코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죽은 화분을 버리고 돌아오던 날 거기서부터다 나는 당신이 모르는 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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