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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등이 있는 풍경 / 문정희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8. 7.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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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등이 있는 풍경 / 문정희




이내 조등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80세까지 장수했으니까

우는 척만 했다

오랜 병석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죽었다

내 엄마, 그 눈물이

그 사람이 죽었다

저녁이 되자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내가 배가 고마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죽었는데

내 위장이 밥을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 갖다준 슬픈 밥을 못 이긴 척 먹고 있을 때

고향에서 친척들이 들이 닥쳤다

영정 앞에 그들은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몇 십년만에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이사람이 막내 아닌가? 폭 늙었구려."

주저없이 나를 구덩이 속에 쳐박았다.

이어 더 정화한 조준으로 마지막 확인 사살을 했다

"못 알아보계오.

꼭 돌아가신 어머니인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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