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박달나무에는 조탁(彫琢) 공이 살고 있다
겨우내 저 둥근 나이테를 빗으로 깎아놓고
다듬어 조각해 놓았다가 보부상 보따리에 끼워 넣는다
박달은 본디 물렀을 거다
겨우내 마음을 다잡듯 햇빛에 바래고 눈보라로 담금질하여
마음을 다잡듯 그리 단단해졌을 거다
새소리로 결을 만들고 재를 넘는 바람의 가쁜 호흡으로
단단해졌을 것이다
겨우내 나이테와 꽃을 조탁하였다가
이른 봄부터 가지가지 연등처럼 연초록 등을 매다는
수고로운 장인의 손길
햇볕에 천 일을 말리고
뒤틀린 결을 천 일 동안 바람으로 바로잡고
유월 소나기로 정제하고 나야
어느 집 식탁으로 대갓집 참빗이 될 수 있다
참선에 들지 못한 나이테는
또 이내 울긋불긋 물들였다가 이듬해 다시
조탁에 들어가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장인이 있다
겨울날 박달나무에귀를 대보면 그 조탁하는 소리가
쿵쿵 들리기도 했다
문경새재에 들면 숟가락이나 주걱 깎는 소리가
메아리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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