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素然김락향
딸아
보름달처럼 웃으며 동고비도 박새도 불러라
너에게 가난한 밥상을 차려 줄 때도
간식을 줄 때도
말랑하고 따끈한 심장을 듬뿍 넣었으니
생을 자작자작 뜸 들여야 한다
생각 없이 넘기는 달력은 손가락을
벨 수 있다
아들아
생이 노을처럼 붉었다가 농이 번져도
하루살이처럼 잉잉거리지 말고 의연하게
나사 하나 풀고 크게 숨 쉬어라
어쩌다 역류되면
되새김으로 절제의 허기를 달래
가슴에 섬이 생겨도 억지로 퍼내지 마라
밤하늘 별빛도
창의력도 혼자이고 싶어 한다
아득한 한 뼘의 삶에는 누구나
모래바람과 태양을 꼭꼭 씹으며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긴 다리와 그림자에 얼비치는 외로움이
장밋빛 오기가 배어 있다
산다는 것
공감하면서 너답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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