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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by 김낙향 2020. 7. 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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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素然김락향

 

 

딸아

보름달처럼 웃으며 동고비도 박새도 불러라

너에게 가난한 밥상을 차려 줄 때도

간식을 줄 때도

말랑하고 따끈한 심장을 듬뿍 넣었으니

생을 자작자작 뜸 들여야 한다

생각 없이 넘기는 달력은 손가락을

벨 수 있다

 

아들아

생이 노을처럼 붉었다가 농이 번져도

하루살이처럼 잉잉거리지 말고 의연하게

나사 하나 풀고 크게 숨 쉬어라

어쩌다 역류되면

되새김으로 절제의 허기를 달래

가슴에 섬이 생겨도 억지로 퍼내지 마라

밤하늘 별빛도

창의력도 혼자이고 싶어 한다

 

아득한 한 뼘의 삶에는 누구나

모래바람과 태양을 꼭꼭 씹으며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긴 다리와 그림자에 얼비치는 외로움이

장밋빛 오기가 배어 있다

 

산다는 것

공감하면서 너답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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