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 74세 이만호 할머니의 짓무른 등이 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 푸르스름한 눈썹은 가지런히 웃는다 그녀가 맹렬했을 때 유행했던 딥블루씨 컬러 변색 없이 이상적으로 꺾인 저 각도는 견고하다 스스로 돌아눕지 못하는 날 더 모호해질 내 눈썹 눈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까 목에 박힌 관으로 바람의 리듬을 연습할까 아니면 당장 도마뱀 꼬리같은 문신을 새길까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 왔다가 가고 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 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가겠지만
그 때도 살짝 웃는 눈썹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검어질수록 더 발랄해지는 눈썹이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신의 바다에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 눈물나도록 푸른 염료에 상큼하게 물들어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