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체면/오서윤. 본명:오정순)

체면

 

 

오서윤(본명: 오정순)

 

 

막, 죽음을 넘어선 지점을 감추려

서둘러 흰 천으로 덮어놓고 있던 익사자

최초의 조문이 빙 둘러서 있다

 

발을 덮지 않은 것은 죽은 자의 상징일까

얼굴은 다 덮고 발은 내놓고 있다

다 끌어올려도 꼭 모자라는 내력이 있다

 

태어날 때 가장 늦게 나온 발

저 맨발은 결국 물을 밟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복사기처럼 훑던 흰 천

끝내 남은 미련을 뚝 끊듯 발목에 걸쳐져 있는 체면

가시밭길을 걷고 있거나

아니면 용케 빠져나와 눈밭을 지났거나

물길을 걷다가 수습되어 왔을 것이다

 

발은 죽어서도 끊임없이 걷고 있어 덮지 않은 것일까

만약에 발까지 덮어놓았다면

자루이거나 작은 목선 한 척이었을 것이다

경계는 저 물 속이 아닌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둔 곳이지 모른다

 

발이 나와 있으므로 익사자다

고통도 화장도 다 지워진 얼굴은

체면이 없다

누군가 흰 천을 끌어당겨 체면을 덮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