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슬
심 수 자
거미도 없는 빈 거미줄이 도처에 무성하다
초읍동 일층 단칸방에 살다가
얇은 요위에서 오년 만에 발견된
독거노인은 백골이다
산동네 좁은 골목길이 얼키고 설켜
커다란 거미 한 마리쯤은 키웠겠다
한 생을 다한 그녀는 거미 몸에 들어
자신을 갇히게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풀어낸 실로 여리고 성을 쌓은 것이다
방 한쪽 구석엔 냄비와 그릇 두어개
빈 가스버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녀, 한 겹 두 겹 아홉 겹 까지 껴입은 옷은
추위 멈추고 싶은 몸부림 이었겠지
무뎌진 낮과 밤의 경계에서
이끼는 바닥의 습기를 먹고 자라고 있었다
그녀가 백골이 되어 가면서
곤충들 더 이상 걸려들지 않을 때
거미는 자신을 걸어둘 장치로
바람 속에 집을 지은 것인지도 모른다
도처에 걸린 거미줄이 내 얼굴에 닿을 때
초읍동 반 마장 거리의 파도 자락은
이미 떠나고 없는 배의 후미인 듯
거미집 바람벽을 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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