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눈꺼풀 / 유홍준
새들이 쓰는 말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랑, 자유 비상, 행복, 그리움, 뭐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사람들 귀엔 다 같
은 말로 들린다
새소리가 아름다운 건 상투적인 말들을 쓰기 때문.
탁구공만 한 새들의 머리통 속에
독특하고 새로운 단어가 들어 있으면 얼마나 들어 있으랴
새들은 문장을 만들지 않는다 새들은 단어로만 말한다 새들이 문장을 만들
면 그 단어는 의미가 죽어버린다
새들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갈 수 있는 건
가벼운 뼈 때문이 아니다
탁구공처럼 가벼운 머리를 가졌기 때문,
사람도 새들만큼 가벼운 머리통을 가지면 하늘을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죽은 새의 눈꺼풀을 본 적이 있다
참 슬프고 안타깝다는
생각, 맞아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 사람의 눈매가 그랬다 채매 병동에 입원한 그 사람의
눈빛이 그랬다 날마다 빈 대문간에 나와 앉아서 먼 풍경 주워담는 노인네의
눈빛이 그랬다
그들이 쓰는 단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은 날아갔다
죽은 새의 눈꺼풀이 애틋했던 건
살면서 쓰던 단어들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
실천문학, 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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