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질과 어머니 / (구광렬)
난 솥 공장에서 태어났다
불매, 불매, 당신은 대장장이 풀무질하는 똑딱 불매소리*에 맞춰 아랫배에
힘을 주시고
한산한 신작로에는 시발택시 한 대, 이유 없이 구락숀을 울리며 지나갔다
화덕 위의 쇠가 풍구바람으로 달궈지고, 당신은 낮은 천장에서 늘어진 한 폭
광목들 당기며 골반을 늘렸다
양수가 터지고, 도합 넷이서 매를 드는 토 불매소리** 들리고,
난, 젖은 머리로 자궁 문을 밀쳤다
마당에는 먹지도 못할 이팝이 흐드러지고 있었으며 난 한 발짝, 한 발짝 산
도(産道 )를 밟으며 결코 깊지 않을 당신의 쌀뒤주를 얕게 만들, 아홉 번째가
돼가고 있었다
망치소리 들리고 솥 아가리, 모양을 잡아가고 산파의 손에 두 발목이 잡힌
난, 허우적거렸다 열 중 네댓이 죽어나오던 시절, 매운 손매로 엉덩이를 맞
고도 사람소리를 내지 못했다 난, 그렇게 죽은 쥐처럼 늘어져 있었다
불매, 불매, 토 불매소리 멀어지고, 솥뚜껑에서 불매기 빠져나갈 쯤, 시발
택시에서 낮술에 취한 아버지가 내렸다
난, 그렇게 이유 있는 구락숀소리와 함께 첫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의 웃음
이 될 수 있었던 내 마지막 울음이었다
*혼자서 하는 풀무질
**네 사람이 하는 풀무질, 청탁불매라고도 함.
(2012. 계간<시에>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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