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縫縫 / (이여원)
엄마는 가끔 어둑한 바느질을 했어요
가끔 까무룩, 속셈을 뒤집어 지금까지도
집안 식구들을 꿰매고 있어요
병실에 누워서도 아픈 소리로 여전히 나를 꿰매고 있던 엄마
지금까지 내 몸에 덧입혀지고 있는 바느질의 흔적
잘 닳거나 뜯어질 부위를 빤히 안다는 듯
잔소리를 드르륵 박아대죠
내 방 책갈피 사이 춘서가 흘러나올 적에도
엄마는 바늘을 들고 있었죠
형이상학적인 바느질의 습관은 끊어진 부위를 태연히 지나가죠
집을 옮길 때에도 대못을 들고 엄마는 쫓아다녔죠 그때 나는 작약 같은 붉
은 립스틱을 바르고 어른 말투를 흉내를 내며 거울 속을 들락거리며 배시시 웃
어줬지요
그러고 보니 초경도 엄마가 꿰매고
엄마 몰래 이어붙인 건 첫 남자뿐이네요
결혼도 엄마가 꿰맸고 속기가 터지듯 아이들이 삐져나왔죠
엄마의 실로 꿰맨 나는
엄마의 첫 수선이었네요
다 풀어지고 빈 실패 같은 멈마는 여전히 길고 질긴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죠
내 쪽으로 각기는 엄마의 실
나는 까무룩, 졸다 깨다 엄마가 뜯겨진 솔기를 꿰매고 있죠
**이여원: 2012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2012《시와소금》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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