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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름 저녁에 / 김경미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4. 4. 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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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름 저녁에 

 

                           김경미 

 

 한여름, 선풍기에서 나오는 약풍 혹은 미풍이란 글자

 

  처음 사랑의 편지 받았던 촉감일 때 있다

 

 

 

  크게 속상하고 지친 울음 거두고 마악 여는 문

 

  경첩에서 흰 바다 갈매기들 바닷물 닿을 듯 낮게

 

  마중 나올 때가 있다

 

 

 

  극도로 줄이거나 높인 음악 소리 속

 

  가본 기억 없는 모르코사막의 터번 두른 낙타

 

  눈 아픈 모래바람 앞서 가려줄 때가 있다

 

 

 

  유리창 너머 시원한 액자 속 흰 양떼구름

 

  살아 움직이는 활동사진 처럼

 

  갈래머리 계집아이의 어린 설레임 되감아줄 때 있다

 

 

 

  어떤 여름 저녁,

 

  그 모든 것들 한꺼번에 밀려나와

 

  더위보다 큰 녹색 수박의 무수한 조각배들

 

  잊을 수 없는

 

  석양의 출항을 시작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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