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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한 내가 나에게

나의 뜰/마음자리

by 김낙향 2015. 10. 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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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한 내가 나에게

 

 

 

잎 떨어지고 빈자리가 무척이나 썰렁하다오.

과꽃은 시든 지 오래고 국화가 만개했지만, 계절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매일 나뭇잎을 털어내며 무소유를 실천하는 나무들의 관습이 너무나 스산하여, 괜스레 내 마음마저 조급해진다오.

 

내년에는 앞산에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나도 온전한 시 한 수 피울 수 있으려나,

몇 그루 안 되는 앵두나무, 매실나무, 탱자나무가 나의 창작 활동에 감로수가 되어 주는 상상이 사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귀향으로 들뜬 마음이 또한 거품이 아니길 바라며 매일 낯선 환경을 요리조리 손보면서 시골 풍경이 생의 또 다른 창작이며 모험이라는 생각해 본다오.

더더욱 산천을 배경으로 창작 활동에 몰입할 봄의 태가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아 기대도 되고.

 

노곤한 낮 볕이 조울 때 / 쑥국이 소리 허공을 건너오면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 대수롭지 않은 바람 소리에도

생각이 무성해져서.

꽃 진 자리에 창조의 열매가 까맣게 여물기 전에

둥글고 뾰족한 잎새들의 시어가 무디어지기 전에

마음에 연둣빛 잎 하나 틔워야겠다.


친정 노모를 모신다고 마음먹은 나의 예순여덟 나이가 지치지 않기를 격려하면서.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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