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자연을 거스르며 살기가 참 힘겹다

나의 뜰/마음자리

by 김낙향 2017. 3. 25. 23:55

본문

자연을 거스르며 살기가 참 힘겹다

 

 

  삼월 중순, 텃밭에는 냉이와 꽃다지가 지천이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냉이를 캐다가 초장에 묻히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곤 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냥 잡초다. 뿌리째 뽑아도 돌아앉으면 또 돋아나 그냥 두면 얼마나 왕성하게 번지는지. 요즘은 냉이와 꽃다지를 뽑지만 조금 있으면 돼지풀, 쇠뜨기, 제비꽃, 황새냉이, 명아주, 이름도 알 수 없는 풀이 순차적으로 돋아난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뽑는다.

  작년에도 봄부터 가을까지 떼를 지어 출격하는 풀과 전쟁을 했다. 제일 끈질긴 풀은 냉이다. 기필코 꽃을 피워 종자를 퍼트리려는 의지로 가을까지 고개를 내밀어 꽃을 피운다.

  더워지면 햇살이 약한 오후나 해가 진 후에 잠시 뽑으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이 시골 환경이다. 

  논이나 웅덩이가 많아 초여름부터 모기가 창궐하는데 아침은 물론이거니와 밤이 아니어도 그늘진 곳마다 엎드려 있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앵앵거리며 덤빈다. 어찌나 억세게 수혈하는지 후유증이 며칠씩 간다. 그러니 해가 쨍할 때 밭일할 수밖에.

  몇 해 전, 동해 바닷가 솔숲에서 매화노루발꽃을 찍겠다고 엎드려 있다가 모기떼에 무자비로 수혈 당한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러께는 쇠스랑으로 밭 한 뙈기 갈아엎고 어제는 비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밭 한 뙈기를 더 갈아엎었다.

  오늘 온다는 비는 여우비처럼 온다. 어제 못다 한 일을 오늘 마치고 휘둘러보니 잘 빗겨 놓은 머리처럼 깔끔하다.

  힘들어도 이 맛에 일하게 되는 것 같다.

  흙 속까지 촉촉하게 젖어 들면 비닐을 씌울 요량이다. 풀 뽑기도 힘들어서지만, 가뭄도 덜 탄다고 해서다.

  아직 밭 한 뙈기는 손도 못 대고 있는데 원시적으로 일하려니 너무 힘들어 갈아엎지 않고 그냥 뭐든 심어 볼까? 했으나, 내일은 두둑을 호미로 긁적이기라도 해야겠다

  풀 뽑기에 제일 편한 기구가 호미다.

손잡이가 손아귀에 딱 안겨서 좋고 버선코처럼 뾰족한 끝이 안으로 날렵하게 적당히 굽은 선이 곱다. 이 호미로 풀을 뽑고 흙이 폭신하도록 밭을 맨다. 뽑은 풀은 거름 되라고 포도나무와 오미자 둘레에 모아 둔다.

  밭을 비워두거나 잡초가 수북하면 남 보기에도 거시기하여 힘겨워도 일을 하게 된다.

  귀촌이고 귀농이고 일할 요량이면 젊어야지 나이가 들어서는 너무 버거워서 지친다.

  그래서 해가 지면 사방이 캄캄하기도 하지만 고단해서 눕기만 하면 잠이 든다.

 

 

 * 몇 년전에 긁적거렸던 것을 올립니다.

 

'나의 뜰 > 마음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장  (0) 2017.06.06
해파랑길 길목에서  (0) 2017.04.01
귀향한 내가 나에게  (0) 2015.10.13
어머님 전 상서  (0) 2015.08.26
생각 한 줄이  (0) 2014.11.2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