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주목
태백산에서 촌장 같은 그를 만났습니다
세월이 갉아먹고 남은 뼈마디
번개에 먹혀 숭숭 뚫린 옆구리
천년을 산다는 그의 몸은 서사시입니다
몸에 박힌 두툼한 시멘트 덩어리는
불멸과 소멸의 비대칭으로 난해하지만
절제하듯 피워낸 안개꽃
절규하듯 피워낸 얼음꽃
부록처럼 얄팍해도
겨울마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으로 읽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먼저 읽고 떠난 발자국 위에 서서
나도 눈으로 가슴으로 읽었습니다
무소유의 고고함을
/ 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