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상가(喪家)
앵초꽃을 따라가다 만난
나무의 주검
슬픔 짙은 응달과 이끼가
뼈와 살에 초록 수의를 입히고 있다
묵묵히 둘러선 나무들
보이지 않는 슬픔의 무게에 나뭇가지
출렁 흔들린다
이따금 햇살이 다가와 초록 수의를 고요히
매만지는 동안
몇몇 새들도 가볍게 입맞춤하고
바람은 낮은 음률로 곡을 한다
거미줄에 흰나비 조등弔燈으로 걸린다
나도 조문객처럼 서 있다가
들꽃 향 맡으며
조촘조촘 주검 가까이 가니
개미들
대열을 갖추고 식은 국밥을 먹고 있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