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보이지 않는 플러그가 있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플러그를 달고 산다
꿈을 꾸는 것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도화처럼 피어 생글생글 웃는 것도
플러그에 잇대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자라는 문이
어쩌다가 플러그와 분리되어
괄약근이 약해지면 허망해져서
외로움을 타고
장미 같은 꽃잎에 밥을 비벼 먹는 것도
그곳에 잇대어진 심상心狀이다
이쪽저쪽 경계에서 고민하는 것은
플러그의 괄약근 조절 때문이다
내게도 문이 여러 개 있었다
언제부턴가 하나둘 분실되고
겨우 남은 하나에 궁리가 깊어지는 저녁
돌아가려는 해더러
하루 더 묵어가라 했더니 울컥 붉어지는 눈두덩
느닷없이,
괄약근이 풀린 내 눈동자에서 눈물이 핑 돈다
-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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