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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게 사는 것이 온 힘을 다한 줄 알았다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1

by 김낙향 2017. 3. 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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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게 사는 것이 온 힘을 다한 줄 알았다



하염없이 일하고

하염없이 기도하였지만, 생의 맞춤법은

거듭 틀렸다

양지라 생각했는데 음지였고

밥은 먹었는데 배는 고팠다


죽었다고 했던 나무가 잎을 틔워

바람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이제라도

     나뭇잎이 듣는 바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내 귀가 나뭇잎처럼 생기면 어떠리

누군가에게

바람의 귓속말을 감미롭게 들려줄 수 있다면


꽃술에 벌이 고백한 사랑을 읽을 수 있다면

내 눈이 볼록렌즈처럼 생기면 어떠리

누군가에게

꿀이 흐르는 사랑의 비결을 말해 줄 수 있다면


알전구에 붙어 고요히 기도하는 나방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내 몸에 전류가 흘러도 참아보리

누군가에게

절박한 순간을 견딜 수 있는 기도를

들려줄 수 있다면



-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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