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하게 사는 것이 온 힘을 다한 줄 알았다
하염없이 일하고
하염없이 기도하였지만, 생의 맞춤법은
거듭 틀렸다
양지라 생각했는데 음지였고
밥은 먹었는데 배는 고팠다
죽었다고 했던 나무가 잎을 틔워
바람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이제라도
나뭇잎이 듣는 바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내 귀가 나뭇잎처럼 생기면 어떠리
누군가에게
바람의 귓속말을 감미롭게 들려줄 수 있다면
꽃술에 벌이 고백한 사랑을 읽을 수 있다면
내 눈이 볼록렌즈처럼 생기면 어떠리
누군가에게
꿀이 흐르는 사랑의 비결을 말해 줄 수 있다면
알전구에 붙어 고요히 기도하는 나방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내 몸에 전류가 흘러도 참아보리
누군가에게
절박한 순간을 견딜 수 있는 기도를
들려줄 수 있다면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