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된 너
너의 실체가
무성한 정열의 수채로
내 벽에 여전히 걸려있는데
지난 계절을 남김없이 다 지우다니
얼마나 아파야
마지막 한 잎까지 다 밀어낼 수 있는지
한 방울의 수채까지 다 지우면
덜컥도 없이 봄이 될 수 있는 건지
사랑이 다시 오는 건지
봄이기나 했었던가 하는 마음이
모든 계절을 지우고
깊은 침묵에 든 환부의 내부는
한 곳을 오래 바라본 나의 눈동자처럼
컴컴하였으나
나는 그냥 고요라 읽었다
그 고요의 적막을 여백이라 하다가
허당이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미련 없이 후두둑 다 비워낸 빈 가슴일 뿐인데
폐쇄된 계절에 풍기는 공허일 뿐인데
-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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