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소년
사슴처럼 보리밭에서 뛰어다닌다
움직일 때마다 푸른 물이 참 방 거리고
새들이 튀어 오른다
저 아이는 알까
얼마 후 보리 이삭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찌른다는 것을
몸에 스쳐 꺾인 이삭들이
여물지를 못한 체 쓰러지는 것을
다시 일어나
씨앗을 품을 대궁의 상처를
아이의 몸에 밴 푸른 물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밀려와
기억의 정수리까지 차오를까
보리 이삭 너머로
떴다 가라앉았다 하며 멀어지는
엄마 따라가는 아이
머리에 쓴 양푼으로 햇살을 반사하며
나에게
반짝반짝 문자를 보낸다
-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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