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따뜻한 쌀밥 같아
유순한 야채 같아
그래서 내일은 더 좋은 세상이려니
기대했는데
시끄러워지는 민중民衆의 소리에
꿈을 꾼다
그 어떤 것 다, 입맛에 맞지 않아도
우두둑 씹어 먹으라는 규칙을 어기고
신문은 편식하고
정치는 굶고
정의도 굶고 좋아하는 것만 먹다가
낯선 곳으로 내몰린다
나무 하나 없는 도시
온기 없는 공허한 빌딩
날개 달린 자동차가 공중을 질주하고
무장한 도시 같은
지하의 권력을 묵인한 듯한 고층 빌딩 사이
집시의 오토바이 굉음이
부산물이 질서없이 떠도는 혼돈
식성에 맞지 않는 인터넷 기사를
억지로 먹는 날
무언가 물컹 변질하는 느낌으로 잠들면
덤프트럭이나
굴착기가 나를 통과하는 꿈을 꾼다
- 소연 - 1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