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아침
계곡, 연무가 오른다
수국처럼 뭉게뭉게, 오르다가 멈추고
다시 오르다가
구상나무 허리에 부딪쳐서야 멈춘다
운해, 장막이다
카메라 렌즈에 퍼 담는다
잠겼던 나무 정수리가 동동 떠오른다
자꾸자꾸 퍼 담는다
움푹움푹 풍경이 드러나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쳐져 부서질 듯 성글어진
해의 뼈
해의 살을 발라먹다니
위장한 장막의 탐욕이다
카메라 속에도 두어 근 담겨져 있다
장막은 아름다운 둔기로 나를 공법자로 만들었다
해가 몸을 추스르기를 기다려보지만
종일 우울하겠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