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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낭거미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by 김낙향 2017. 7.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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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낭거미 / 소연

 

 

 

애끓는 소리 들린다

잠든 어머니가 끓고 있다

 

땡볕에 사막이 된 몸

어디쯤 남아 있는 물 끓는 소리

마디마디 타는 냄새가 난다

팔과 손등으로 빠져나간 연기 때문에 

까뭇까뭇 그을음이 박혀있다

흔들어 소리를 끄려다가 나란히 누웠다

오래된 젖 냄새가 난다

귀 떨어진 손톱, 겹겹이 접힌 주름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끌어다 썼나 보다

어머니의 가슴을

어머니의 꽃잎을

밥상을

잔소리를

근력과 수많은 시간을

그래서 어머니의 몸이 끓는다

작은 불씨에도 살타는 냄새가 났다

앙상한 어깨와 무릎

움푹 꺼진 살은 여기저기 파 먹힌 흔적이다

 

혼자 핀 듯하던 내게, 어머닌 염낭거미였다

 

 

* 나희덕 시<갈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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