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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불루스 / 신현림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7. 12. 2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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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불루스 / 신현림



곧 잊을 수 없는 저녁이 올 거야

죄와 악이란 말을 잊었듯이 그 저녁을 잊을 거야

잊혀진 사람과 사라진 동물을 적어봐

병를 삼키고 속죄의 시를 적어봐

오늘은 컴퓨터 냄새가 싫으니까

손으로 쓴 편지도 나를 울게 해봐

지금 나무를 심지 않으면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지 몰라

유럽은 물바다가고 한반도는 가뭄증이고

떡 파는 노점상의 얼굴이 싸이렌처럼 우는 걸 보며

광화문을 지나다가 공포심이 생겼어

낙엽도 비닐처럼 썩지 않는 여기

작부의 가랭이처럼 슬픈 여기

30년 후엔 어떻게 될까 70년 후 해수면이

4센티 높아지면 조상님의 무덤은?

너와 나의 자식은 ?

머릿속에 독수리가 날고 자동차가 달린다

자동차의 스피드, 광고의 스피드, 농구의 스피드

스피드의 황홀만이 두려움을 마비 시킬까

지옥에 살면서 뭐하러 종말을 두려워 하니?

20년 후에 나는 폐경기야막

낳은 달걀처럼 매일이 따뜻할 수만 있다면

성서나 베게트가 마약일 수 있다면

쓰러져가는 혼에 불을 지필 사람이 필요해

함께 죽어갈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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