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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현 한시

한시(漢詩)

by 김낙향 2018. 10.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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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현 遊仙詩(유선시)



千載瑤池別穆王 : 천재요지별목왕=천년 고인 요지에서 목왕과 헤어져

暫敎靑鳥訪劉郞 : 잠교청조방유랑=파랑새로 하여금 유랑을 찾게 하였네.

平明上界笙簫返 : 평명상계생소반=밝아오는 하늘에서 피리소리 들려오니

侍女皆騎白鳳凰 : 시녀개기백봉황=시녀들은 모두들 흰 봉황을 탔구나.

(2)

瓊洞珠潭貯九龍 : 경동주담저구룡=골짜기와 연못에 아홉룡이 잠겨 있고

彩雲寒濕碧芙蓉 : 채운한습벽부용=서늘한 오색 구름이 부용봉을 물들이네.

乘鸞使者西歸路 : 승란사자서귀로=난새 탄 동자를 따라 서쪽으로 오는 길에

立在花前禮赤松 : 입재화전례적송=꽃 앞에 선 적송자에게 예를 올렸네.

(3)

露濕瑤空桂月明 : 로습요공계월명=맑은 이슬 함초롬하고 계수나무엔 달빛 밝은데

九天花落紫簫聲 : 구천화락자소성=꽃 지는 하늘에선 퉁소 소리만 들려오네.

朝元使者騎金虎 : 조원사자기금호=금호랑이 탄 동자는 옥황님께 조회 가느라

赤羽麾幢上玉淸 : 적우휘당상옥청=붉은 깃발 앞세우고 옥청궁으로 올라가네.

(4)

瑞風吹破翠霞裙 : 서풍취파취하군=상서러운 바람이 불어와 푸른 치마를 휘날리며

手把鸞簫倚五雲 : 수파난소의오운=난새 새긴 퉁소를 쥐고 오색구름에 비껴있네.

花外玉童鞭白虎 : 화외옥동편백호=꽃 너머 동자는 백호를 채찍질하며

碧城邀取小茅君 : 벽성요치소모군=벽성에서 소모군을 맞아들이네.

(5)

焚香邀夜禮天壇 : 분향요야예천단=긴 밤에 향불 피우고 천단에 예를 올리는데

羽駕飜風鶴寒 : 우가번풍학창한=수레 깃발 바람에 펄럭이고 학창의는 싸늘하네.

淸磬響沈星月冷 : 청경향침성월냉=해맑은 풍경소리 은은하고 달빛은 차가운데

桂花煙露濕紅鸞 : 계화연로습홍난=계수나무 꽃의 이슬이 붉은 난새를 적시네.

(6)

宴罷西壇星斗稀 : 연파서단성두희=서단에서 잔치 끝나자 북두칠성도 성글어지고

赤龍南去鶴東飛 : 적용남거학동비=붉은 용은 남으로 학은 동으로 날아가네.

丹房玉女春眠重 : 단방옥녀춘면중=단청한 방의 선녀는 봄 졸음에 겨워

斜倚紅曉未歸 : 사의홍란효미귀=난간에 기댄 채로 날 밝도록 돌아가질 않네.

(7)

氷屋珠扉鎖一春 : 빙옥주비쇄일춘=하얀 집 구슬문은 봄 내내 닫혀 있고

洛花烟露濕綸巾 : 낙화연로습륜건=지는 꽃 이슬이 비단 수건을 적시네.

東皇近日無巡幸 : 동황근일무순행=동황님께선 요즘 순행이 없으시어

閑殺瑤池五色麟 : 한쇄요지오색린=요지의 오색 기린이 한가하기 그지없네.

(8)

閑解靑囊讀素書 : 한해청낭독소서=한가롭게 푸른 주머니 끌러 신선의 경전을 읽는데

露風烟月桂花疎 : 로풍연월계화소=달은 이슬바람에 흐려지고 계수나무 꽃도 성글어졌네.

西婢小女春無事 : 서비소여춘무사=서왕모의 시녀는 봄이라 할 일이 없어

笑請飛瓊唱步虛 : 소청비경창보허=웃으며 비경에게 보허사를 불러달라고 하네.

(9)

瓊樹玲瓏壓瑞煙 : 경수영롱압서연=계수나무 영롱하고 상서러운 안개가 뒤덮였는데

玉鞭龍駕去朝天 : 옥편옹가거조천=채찍 든 신선이 용을 타고 조회하러 가네.

紅雲塞路無人到 : 홍운한로무인도=붉은 구름이 길을 막아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短尾靈尨藉草眠 : 단미영방자초면=꼬리 짧은 삽살개가 풀밭에 주저앉아 조네.

(10)

烟鎖瑤空鶴未歸 : 연쇄요공학미귀=하늘엔 안개 끼고 학은 돌아오지 않네.

桂花陰裏閉珠扉 : 계화음속폐주비=계수나무 꽃그늘 속에 구슬문도 닫혔네.

溪頭盡日神靈雨 : 계두진일신령우=시냇가엔 하루 종일 신령스런 비가 내려

滿地香雲濕不飛 : 만지향운습불비=땅에 뒤덮힌 향그런 구름이 날아가질 못하네.

(11)

靑苑紅堂鎖泬료 : 청원홍당쇄혈료=푸른 동산 붉은 집들이 맑은 하늘에 잠겼는데

鶴眠丹竈夜迢迢 : 학면단조야초초=학은 단약을 굽는 부엌에서 졸고 밤은 아득하네.

仙翁曉起喚明月 : 선옹효기환명월=늙은 신선이 새벽에 일어나 밝은 달을 부르자

微隔海霞聞洞簫 : 미격해하문동소=바다노을 자욱한 건너편에서 퉁소소리 들리네.

(12)

香寒月冷夜沈沈 : 향한월냉야침침=날씨 싸늘하고 달빛도 차가운데 밤은 캄캄해져

笑別嬌妃脫玉簪 : 소별교비탈옥잠=웃으며 교비에게 하직하니 옥비녀를 뽑아 주시네.

更把金鞭指歸路 : 갱파금편지귀로=다시금 금채찍 잡아 돌아갈 길을 가리키자

碧城西畔五雲深 : 벽성서반오운심=벽성 서쪽 언덕에 오색 구름 자욱하네.

(13)

新詔東妃嫁述郞 : 신조동비가술랑=동비에게 새로 분부하사 술랑에게 시집가라시니

紫鸞烟盖向扶桑 : 자난연개향부상=붉은 난새와 해를 가린 수레가 부상으로 향하네.

花前一別三千歲 : 화전일별삼천세=벽도화 앞에서 한 번 헤어진지 삼천년이나 되니

却恨仙家日月長 : 각한선가일월장=신선세상의 해와 달 긴 것이 도리어 한스러워라.

(14)

閑携姉妹禮玄都 : 한휴자매예현도=한가롭게 자매를 데리고 현도관에 예를 올리니

三洞眞人各見呼 : 삼동진인각견호=삼신산 신선들이 저마다 보자고 부르시네.

敎著赤龍花下立 : 교저적용화하립=붉은 용을 타고 벽도화 밑에 세운뒤

紫皇宮裏看投壺 : 자황궁리간투호=자황궁 안에서 투호 놀이를 구경하였네.

(15)

星影沈溪月露첨 : 성영침계월로첨=별 그림자는 시냇가에 잠기고 달빛이 이슬에 젖었는데

手挼裙帶立瓊簷 : 수뇌군대입경첨=손으로 치마끈 어루만지며 구슬 처마에 서 있네.

丹陵羽客辭歸去 : 단능우객사귀거=단릉의 신선님 하직하고 돌아오려 하자

自下珊瑚一桁簾 : 자하산호일항렴=산호 한 꾸러미를 내려 주셨네.

 

(16)

瑞露微微濕玉虛 : 서로미미습옥허=상서로운 이슬이 부슬부슬 내려 허공을 적시는데

偸寫紫皇書 : 벽전투사자황서=푸른 종이에 자황의 글을 몰래 베끼네.

靑童睡起捲珠箔 : 청동수기권주박=동자가 잠에서 깨어나 주렴을 걷자

星月滿壇花影疎 : 성월만단화영소=별과 달이 단에 가득해 꽃그림자 성글어라.

(17)

西漢夫人恨獨居 : 서한부인한독거=서한부인이 혼자 사는 것을 한스럽게 여겨

紫皇令嫁許尙書 : 자황령가허상서=상제께서 명령하여 허상서에게 시집보냈네.

雲衫玉帶歸朝晩 : 운삼옥대귀조만=오색 적삼에 옥띠 두르고 아침 늦게 돌아오더니

笑駕靑龍上碧虛 : 소가청용상벽허=웃으며 청룡을 타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네.

(18)

閑住瑤池吸彩霞 : 한주요지흡채하=한가롭게 요지에 살며 노을을 마시는데

瑞風吹折碧桃花 : 서풍취절벽도화=바람이 불어와 벽도화 가지를 꺾네.

東皇長女時相訪 : 동황장녀시상방=동황의 맏따님을 이따금 찾아뵙느라

盡日簾前卓鳳車 : 진일렴전탁봉거=주렴 앞에다 하루종일 봉황 수레를 세워두네.

(19)

滿酌瓊綠玉 : 만작경료록옥치=비취 푸른 옥잔에 술을 가득 따라

月明花下勸東妃 : 월명화하군동비=달 밝은 꽃 아래서 동황비에게 권하네.

丹陵公主休相嫉 : 단릉공주휴상질=단릉 공주님이여 질투하지 마오

一萬年來會面稀 : 일만년래회면희=일만년이 지나도 서로 만나기 드무니.

(20)

愁來自著翠霓裙 : 수래자서취예군=시름겨워 푸른 무지개 치마를 입고

步上天壇掃白雲 : 보상천단소백운=천단에 걸어 오르며 흰 구름을 쓸었네.

琪樹露華衣半濕 : 기수로화의반습=구슬나무 맺힌 이슬에 옷이 반쯤 젖은 채

月中閑拜玉眞君 : 월중한배옥진군=달속의 옥진군에게 한가롭게 절을 올리네.

 

유선사 87편중 20편을 올려 보았습니다.

그는 이 조선 땅에 발 부칠 곳이 없으니까 神仙세계를 그리다가 三九紅墮 27세에 夭折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 초당 曄(엽)이 경상감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상주 客館에서 객사를 하였고, 같은 腹(복)에서 난 오빠 하곡 허봉이 유배에서 풀려나 떠돌다 강원도 금화현 생창역에서 객사를 했다.


남편하고 거리가 생기니까 시집에서도 姑婦갈등이 생기며 늘 불화가 있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살았지만 아들 딸 자식도 일찍 죽어 버렸다. 朝鮮 사회는 유교 이념아래 三綱 五倫으로 나라를 통치하고 七去之惡으로 女子의 입을 막고 知識인의 입을 封鎖해 버렸다. 여차하면 시집에서 쫓겨났으며 멍석말이로 들어가는 마당에 감히 누가 말할수 있었으랴.


그 당시 “女子가 죽으면 사기 그릇 하나 깨어져 울타리 밖에 던져버리는 그런 가치 밖에 없었다”한다.

그의 三恨 중에 하나가 조선에 태어난 것이 恨이었다.

그는 중국을 동경했으며 중국의 문헌과 故事를 손바닥 뒤집어 놓은 것처럼 환하게 꿰고 있다.

<태평광기>를 즐겨 읽어 그 긴 이야기를 다 외었단다.

초나라 樊姬(번희)를 사모했기에 자기의 號 까지도 景樊(경번)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중국 시인 朱之蕃(주지번)도 난설헌의 詩集 머리말에서 그가 봉래섬을 떠나 우연히 인간세계로 귀양을 온 仙女라고 소개 했다. 그래서 그가 지어 남긴 詩들은 모두 아름다운 구슬이 되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인간 세상에선 고난과 눈물과 슬픔으로 나날을 보냈지만 神仙세계에선 다시 애통하는 일이나 哭하는 일이나 눈물이 없는 영원한 世界일 것이다.


그는 죽기 전에 遺言에 따라 평생 동안 지은 시들을 불태워 버렸단다.

아우 교산 筠이 기억력이 뛰어 났으므로 평소에 외어두었던 누님의 詩들과 친정에 남아있던 詩들을 정리하여 한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교산은 중국에서 사신으로 왔던 주지번을 만나서 이 시권을 넘겨 주었는데 주지번이 이 시권에다 序文을 써주고 중국에서도 출간했다고 한다. 허균은 1607년 12월에 공주목사가 되었는데 그 고을의 재정을 빌어서 1608년 4월에 <蘭雪軒집>을 목판으로 간행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기 蘭雪軒집이 간행이 되어 널리 팔렸다 한다.




- 김해김씨 삼현파 카페에서 -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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