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선의 호는 설죽이다-
*봄날 잠에서 깨어나
봄바람에 버들가지 한들거리자
날던 꾀꼬리 몸을 가눌 수 없군요
예쁜 창가에서 꿈을 깨니
임 그리워 얼굴에 수심만 가득하여요
春窓睡覺(춘창수각)
春風吟弄綠楊枝(춘풍음롱록양지) 漂蕩流鶯不自持(표탕유앵부자지)
夢罷紗窓春日晩(몽파사창춘일만) 相思無奈祗顰眉(상사무내지빈미)
* 서호억성석전(西湖億成石田)
- 서호에서 석전과 함께하였던 것을 기억하며
십년동안 석전과 한가로이 벗하여 놀며 十年閑伴石田遊(십년한반석전유)
양자강 머리에서 취하여 몇 번이나 머물렀던가 陽子江頭醉幾留(양자강두취기류)
임 떠난 뒤 오늘 홀로 찾아오니 今日獨尋人去後(금일독심인거후)
옛 물가엔 마름꽃 향기만 가득하네 白蘋香滿舊汀洲(백빈향만구정주)
*낭군 거후
낭군님 떠난 뒤에 소식마저 끊겼는데 郎君去後音塵絶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들어요 獨宿靑樓芳草節
촛불 꺼진 창가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밤 燭盡紗窓無限啼
두견새 울고 배꽃도 떨어지네요 杜鵑叫落梨花
*錦帷(금유)
비단 장막 내리고 중문도 닫아거니
모시 적삼 소매 눈물로 얼룩져요
화려한 말 타신 내 임은 어디 계실까
삼경에 흐르는 눈물 견딜 길 없어라
錦帷秉却掩重門(금유병각엄중문)
白苧衫襟見淚痕(백저삼금견루흔)
玉勒金鞍何處在(옥륵금안하처재)
三更殘淚不堪聞(삼경잔루불감문)
*寄七松堂(기칠송당) / 조선중기
- 칠송(七松) 에게 / 설죽의 막내동생 운선(雲仙).
고운 봉황이 둥지를 떠나 綵鳳離巢去(채봉이소거)
슬피 울며 제각기 흩어져 떠나가네 哀鳴各散飛(애명각산비)
차가운 산과 남포애 달 오르면 寒山南浦月(한산남포월)
서로 생각하며 꿈에서도 그리워하네 相億夢依依(상억몽의의)
*
벌레 소리 멈추자 등잔불도 꺼지고
주렴엔 흐릿하게 새벽안개 흘러요
고향 땅 그 어디쯤일까요
하늘엔 반달만 창가에 떠 있네 - 완산 관아에서 관기로 머물 때 -
*춘장
봄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 튕기니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
밤안개 짙은 끝에 아침 이슬 흠뻑 내려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 울고 있어요
*백마강 회고
저물녘 고란사에 머무르니 晩泊皐蘭寺(만박고란사)
서풍이 불어와 홀로 누대에 기내네 西風獨倚樓(서풍독의루)
용은 간데 없지만 강은 만고에 흐르고 龍亡江萬古(용만강만고)
꽃은 떨어져도 달은 천추를 비치네 花落月天秋(화락월천추)
*
- 한양에서 -
이십년전 남극에서 만났던 벗님 오늘에야 한양에서 만났어라
고운 집에 촛불켜고 술잔 기울여 정담 주고받아 즐거운 모임 흥겹구나
-
관악산 앞에 기러기 날아가고 나무엔 저녁연기 감겼네
가을 다 가도록 소식 없어 고향 바라보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 부모를 그리워하며
여러해 떠돌며 눈물 흘렸는데 고향에는 늙으신 부모님 계시네
간밤 서리에 기러기 떼에 놀랐더니 하늘 멀리 소리 끊겨 대오마져 끊겼네
-
적막한 병풍 속에 비단 장막 드리우니
남긴 옷에 임의 체취만 남았어라
평생노래하며 춤추리라 생각했지
오늘처럼 이별 아픔 있을 줄이야
*추사
물빛 같은 하늘에 달도 푸른데
나뭇잎 바스락거리고 살며시 서리 내려요
열두 난간 누대에서 홀로 잠을 청하니
공연히 병풍 속의 원앙이 부러워요
-
제 모습 솨잔한 연꽃 같구요
낭군님 마음 흘러가는 물 같아요
흘러가는 물이야 물결 흔적 없지만
연꽃 향기는 멎질 않거든요
-
초승달과 난간이 주렴에 아른거리고
누대에서 잠 깨니 절로 수심에 쌓이네
서풍은 이별의 아픔 아랑곳 않고
오동잎 흔들며 이른 가을 알려요
-
이별했던 강가에 시절이 뒤바뀌니
근심스레 흘린 눈물이 샘을 이뤄요
귀뚜라민 내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베개 머리에서 무한히 가을을 알려요
-설죽의 고독과 정서가 담긴 시
*낭군거후(郎君去後)
낭군님 가신 뒤에 소식마져 끊겼으니 郞君去後音塵絶(랑군거후음진절)
아름다운 봄날 청루에서 혼자 잠든다오 獨宿靑樓芳草節(독숙청루방초절)
촛불 꺼진 사창에서 한없이 물부짖다 燭盡沙窓無限啼(촉진사창무한제)
두견새 부르짖음 끊기니 배꽃에 당니 비치오 杜鵑叫落梨花月(두견규락이화월)
*득루자운(得縷字韻) / 루자 운으로 지은시
저녁은 서풍이 불고 西風日夕起(서풍일석기)
성긴 비로 낙엽이 흩날리네 落葉飛疎雨(락엽비;소우)
빈 주렴 속 인적은 없고 空簾寂無人(공렴적무인)
향로에 실연기만 피어오르네 寶鴨香一縷(보압향일루)
-
산달이 촛불처럼 밝은데 산속의 밤 길기만 햐여요
찬 갈 까마귀 까악까악 울고 서리 맞은 잎 쓸쓸이 지네요
-
비단 창가엔 반딧불 반짝이구요
풀벌레는 고운 우물가에서 울어요
무정한 가을밤 풀벌레가
절 슬프고 처량하게만 해요
-
맑은 밤 어두워지니 강바람 일고 창가에 홀로 앉아 강물 소릴 듣네
적적한 초당엔 인적이 끊기고 등불 하나 제 마음 달래 주어요
-
주렴과 등불 긴 밤을 짝했고
화로에 남은 연기 향기처럼 피어오르네
평생토록 한스럽긴 청루객에게 몸 맡겨
울며 지내자니 제 가슴만 타요
- 촛불 앞에서
촛불 앞에 앉아 원앙을 수놓는데
하늘엔 구름 걷혔고 이 밤은 길어요
달 오른 서쭉 연못에 바람이 넉넉히 불고
이따금 연꽃이 난간으로 향기를 보내 주어요
燭前(촉전)
燭前閑坐繡鴛鴦(촉전한좌수원앙) 雲毋屛空夜正長(운무병공야정장)
月白西池風落滿(월백서지풍락만) 芙蓉時動玉欄香(부용시동옥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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