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멩이처럼 / 문정희
목에 걸고 싶던 싱싱한 자유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목 터지게 부르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뉴욕 빌리지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녔지
자유가 이렇게 쉬운 거야?
그냥 제멋대로
카페 블루노트에, 빌리지 뱅가드에
재즈 속에 기타줄 속에
슬픔처럼 기쁨처럼 흐르는 거야?
내 고향 조악한 선거 벽보에 붙어 있던 자유
음흉한 정치꾼들이 약속했지만
바람 불지 않아도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진 자유가
감옥으로 끌려간 친구의 뜨거운 심장도 아닌
매운 최루탄도 아닌
아방가르드, 보헤미안, 히피들 속에
여기 이렇게 공기여도 되는 거야
햇살이어도 되는 거야
청와대보고 여의도보고 내놓으라고 목숨 걸던 자유가
비둘기여야 한다고, 피 냄새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낯선 도시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녀도 되는 거야?
그것을 쇼윈도에 걸린 명품처럼
아프게 쳐다보며 속으로 울어도 되는 것이야?
슬픔은 헝겊이다 / 문정희
슬픔은 헝겊이다
둘둘 감고 산다
날줄 씨줄 촘촘한 피륙
옷을 지어 입으면
부끄러운 누추를 가릴 수 있을까
살아있는 것들 파득거리는
싱싱한 헝겊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왜 우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아픔의 바늘로 새긴 무늬에서
별들이 쏟아질 때도 있다
별처럼 깊은 헝겊으로
이름 하나를 지어 입으면
비로소 밤은 따스할까
그 옷을 은총이라고 불러도 될까
슬픔은 헝겊이다
둘둘 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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