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처세학
모텔 발그레한 불빛 보이면
하룻밤 자고 가자고 치근거려 봐야지
장미 꽃잎처럼 붉은 세컨드처럼
덤덤한 본처가 아닌
갓 구운 식빵 제일 말랑한 부위가 되어야지
순수한 세컨드가 아니고
그냥 두 번째도 아니고...
일상적인 본처에서 벗어나 내가 나 같지 않게
콧소리로 애교도 떨어야지
손등도 가볍게 만지작거려야지
라일락 향기 나는 음성으로 속삭이다가
말끝을 동그랗게 말아야지
감당 못 하게 닫히는 눈꺼풀을 열어젖히고
나비 선글라스로 시선을 감추어
달콤한 멘트를 사은품처럼 날려야지
절대 무덤덤한 본처의 표정은 NO
어디선가 보고 있을 조강지처를 근심하며
남편도 나의 정부라 생각하면 YES
자장가로 변질할 수 있는 크리넥스 같은 대화는
절대 안 돼
나프탈렌 같은 강한 향기로 정적에 잠긴 침묵을
날려버려야 해
스쳐 지나가는 모든 집이 남자의 본가이듯
궁금해하는 말투를 종잇장 넘기듯 하면서
영원한 언약 없는 머리채 조심하는 긴장감으로
교양과 진실은 엿 바꿔 먹어야 해
몸속 본처가 목을 졸라도
김낙향 시집<에움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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