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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올문학 당선작 / 제 10회

마중물/문학 당선 시

by 김낙향 2021. 1. 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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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외 2편

 

김석신

 

 

시는

풀벌레 소리로 내게 오네

내 마음 빈 독처럼 울리네

 

시가 돋으려는지

마음은 가을밤처럼 어둑해져

 

이슬이 묻은 서늘한 풀벌레 울음을

밑줄 그으며 듣네

 

풀섶에 흘린 필체를

한 장 한 장 넘기네

 

밤새 울음으로 쓴

시집 수천 권을 언제 다 읽어보나

 

 

저 마음을 다 받아 적으려면

빈 독에 생각이 차오를 때까지

고요히 기다려야 하네

 

시는,

시가 스스로 쓰네

시인이 쓰는 게 아니라네

 

 

 

 

 

하섬 갯벌 재미삼아 뒤지다 만났다

호미 날에 딸려 나와

물에 헹궈야 드러나는 바지락

둥근 지붕마다

물의 나이테가 찍혀있다

 

두 개의 껍데기가 맞물려

한 채의 집이다

 

온몸에 뻘을 묻히며

바닥에 엎드려 살아온 바지락

얼마나 많은 갯바람을 삼켰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숨을 토해낸다

 

파도소리에 귀가 열리는

내 시도

많은 말을 품고 산다

밀물이 전해준 먼 바다 이야기에

닫힌 몸을 열고

한 권의 집을 짓고 싶다

 

갯벌이 잘 여물었다

 

 

 

 

짧은 기도

 

 

어두컴컴한 새벽,

새보다 일찍 입이 열린다

파바로티보다 뜨거운 노래가

푸른 그늘에 걸려있다

 

 

한 달,

또는 한 주일

세상에 머무는 시간

너무 아쉬워,

 

뜬눈으로 부른 노래가

기도처럼 간절하다

 

이 짧은 평생

노래로 목숨을 붙잡을 수 있다면,

 

하늘 우러러

일제히 몸으로 우는 매미 떼

 

허공에 또 한 차례 파문이 인다

 

숲이 환하게 달아오른다.


[출처] [제 10회] 당선작 나의 시 외 2편 / 김석신 (다시올문학) | 작성자 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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