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외 2편
김석신
시는
풀벌레 소리로 내게 오네
내 마음 빈 독처럼 울리네
시가 돋으려는지
마음은 가을밤처럼 어둑해져
이슬이 묻은 서늘한 풀벌레 울음을
밑줄 그으며 듣네
풀섶에 흘린 필체를
한 장 한 장 넘기네
밤새 울음으로 쓴
시집 수천 권을 언제 다 읽어보나
저 마음을 다 받아 적으려면
빈 독에 생각이 차오를 때까지
고요히 기다려야 하네
시는,
시가 스스로 쓰네
시인이 쓰는 게 아니라네
집
하섬 갯벌 재미삼아 뒤지다 만났다
호미 날에 딸려 나와
물에 헹궈야 드러나는 바지락
둥근 지붕마다
물의 나이테가 찍혀있다
두 개의 껍데기가 맞물려
한 채의 집이다
온몸에 뻘을 묻히며
바닥에 엎드려 살아온 바지락
얼마나 많은 갯바람을 삼켰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숨을 토해낸다
파도소리에 귀가 열리는
내 시도
많은 말을 품고 산다
밀물이 전해준 먼 바다 이야기에
닫힌 몸을 열고
한 권의 집을 짓고 싶다
갯벌이 잘 여물었다
짧은 기도
어두컴컴한 새벽,
새보다 일찍 입이 열린다
파바로티보다 뜨거운 노래가
푸른 그늘에 걸려있다
한 달,
또는 한 주일
세상에 머무는 시간
너무 아쉬워,
뜬눈으로 부른 노래가
기도처럼 간절하다
이 짧은 평생
노래로 목숨을 붙잡을 수 있다면,
하늘 우러러
일제히 몸으로 우는 매미 떼
허공에 또 한 차례 파문이 인다
숲이 환하게 달아오른다.
[출처] [제 10회] 당선작 나의 시 외 2편 / 김석신 (다시올문학) | 작성자 맥심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 최정희 (0) | 2018.12.04 |
---|---|
2018년 제9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 (0) | 2018.10.05 |
독도 문예대전 (입상작) / 오영록 (0) | 2018.07.30 |
오영록 / 문경새재 / 문경새재 창작 시 공모(희양산성) (0) | 2018.07.29 |
2018 / 경향신문 신춘 (크레바스에서 / 박정은) (0) | 2018.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