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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움길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by 김낙향 2023. 2. 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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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움길 / 김락향

 

 

나무가 인간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은

쏘다니지 않아서라는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꼭 맞는 신발을 신고도

나처럼 살지 않으려고 발자국을 끌고

바깥으로

바깥으로 나를 베꼈다

쏘다니던 나의 발목 움켜잡아

잠시 담벼락에 기대 놓던 신발 목마름도

눈치채지 못하였으니

 

내 몸을 갉아먹으면서 불어난 나이가

그래서 퍼진 국숫발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 국숫발 사이로 지푸라기처럼

풀풀 빠져나가는 시간 담담한 습관에 매번

흔들렸던가

 

올여름 볕이 유별나게 따가웠던 것은

살면서 나답지 않았던 내가 하얗게 바랜 야윈 뼈로

하루에도 몇 번씩 정수리를 찔러대서다

 

바람이 차가운 손바닥으로 귀때기를 후려치는 날도

품지 못했던 나의 삶이 내리치는 회초리 같아

순간 움츠러드는 것도

들창에 설핏 비껴드는 노을에 가슴이 시린 것도

에움길 심지를 돋우어서다

 

 

≪ 애움길 시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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