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이
나의 것이라 여겼던 모든 시간들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 뜰에 심어 보살폈던 화초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혼자 피었다가
내가 분주히 일하는 시간에 혼자 지고 말았다
비도 바람도 느닷없이 움직이고
봄과 여름도
가을과 겨울도 그냥 말없이 지나갔다
이렇게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느닷없이 흘러간 날들을 되돌아보니
기다려 달라고 매달린 적도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었으니
덧없이 인생은 흘러가도 계절은 또 온다
문득
바라보는 하늘에 어느새 별이 총총하다
나의 시집≪무릎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