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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죽 / 안도현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08. 8. 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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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죽/ 안도현

 

 

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는 엮인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빛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은 쑨다

 

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

밥상모서리

 

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

 

 

-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개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든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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