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죽/ 안도현
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는 엮인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빛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은 쑨다
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
밥상모서리
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
-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개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든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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