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 스미다
안현숙
액자가 걸려있던 자리마다
패인 상처가 깊다
홀로 서지 못하는 것들이
기대어 살아가는 곳
묵묵한 벽이 너른 품 열고
봄볕을 쬐고 있다
빛 바랜 옷도 탓하지 않고
꿋꿋이 서서
치우치는 것들 어깨를 다독여
꽃을 세우고 말씀을 세우고
그렇게 웃으며 올곧게 살아가라 한다
여물지 못한 내가 가슴에 못 박아도
저린 몸 홀로 삭이며 살다 가신
가묵가뭇한 내 아버지 같은
찰지게 봄을 달여 상처에 바르고
목련꽃 벙그는 벽지로 도배를 한다
가만히 기대어 나를 들이미니
꽃망울 물 긷는 소리,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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