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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스미다 / 안현숙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1. 4. 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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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스미다

 

                          안현숙

 

 

액자가 걸려있던 자리마다

패인 상처가 깊다

홀로 서지 못하는 것들이

기대어 살아가는 곳

묵묵한 벽이 너른 품 열고

봄볕을 쬐고 있다

빛 바랜 옷도 탓하지 않고

꿋꿋이 서서

치우치는 것들 어깨를 다독여

꽃을 세우고 말씀을 세우고

그렇게 웃으며 올곧게 살아가라 한다

여물지 못한 내가 가슴에 못 박아도

저린 몸 홀로 삭이며 살다 가신

가묵가뭇한 내 아버지 같은

 

찰지게 봄을 달여 상처에 바르고

목련꽃 벙그는 벽지로 도배를 한다

가만히 기대어 나를 들이미니

꽃망울 물 긷는 소리,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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