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여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감자를 먹습니다/ 윤이산 (0) | 2011.09.28 |
---|---|
좋겠다 / 안상길 (0) | 2011.09.27 |
낙지를 먹다 / 고등어 자반 / 오영록 (0) | 2011.06.14 |
生, 스미다 / 안현숙 (0) | 2011.04.26 |
초록에 먹히다 / 성영희 (0) | 201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