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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습니다/ 윤이산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1. 9. 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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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습니다/ 윤이산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보라 감자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쓸쓸에 간 맞추느라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감자꽃의 꽃말

 

- 계간『다층』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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