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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 / 눈물. 못 외..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1. 10. 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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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오영록


한참을 울고 나니
몸무게가 줄었다
얼룩을 보니
서릿발 같은 뼈가 있다
마음의 뼈
눈물이 나오기 전
욱신거렸던 가슴은
심장이 녹는
통증이었다
그저 감정이거니
영혼이거니 했던
눈물은
심장의 뼈다

 


못/오영록


그와 헤어진 뒤 며칠째

방에 박혀 무위도식하는 내가 미워

견딜 수 없는데
아래층에 새로 이사왔는지
못 박는 소리가 난다
집 전체가 쿵쿵 울리는 것이
집이 우는 것 같다
작은 못 하나 받아내려
이렇게 큰 집도
온몸으로 울어야 한다니
상처 하나 품는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라니
잠시 후 잠잠해지는 집
이 가슴 속 그 사람처럼
무엇인가 걸고 있을 벽
저 벽처럼
가슴에 박힌 이 못
초상 하나
오롯이 걸고 있다

 

 

뻥/ 오영록


튀밥을 먹다가 옥수수를 생각해 본다
이 공갈 같은 놈
본시 제 모습은 다 감추고
이리 당당하게 허풍을 떨고 있다
공갈인줄 알면서 뻥을 먹다니
입에서 슬슬 녹아지며
스스로 공갈임 자인하고 있다
뼈가 되었던 공갈이
뻥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뻥의 뼈는 공갈이었다
온 몸을 감추고 숨겼던 공갈
자신을 다 버려 뻥이 되었던 옥수수
공갈로 살아야 했던 삶
나도 뻥처럼
내 모습 감추고 떵떵거렸다
엔젠가 흙에 들면
혀에서 증명했던 뻥처럼
이 허풍도 그리 사라질 것인데
오늘도 떵떵거리고 있다
뻥이다
다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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